TIGERSPRUNG HOME
menu
일곱 개의 사물에 관한 세 가지 짧은 대화
번역 정하영
i
A
사진: 로저 한론Roger T.Hanlon

 

첫 번째 대화: 외부에서 바다로 들어가기

사물 1

갑오징어

 

J: 거기 가지고 오신 건 뭔가요?

 

S: 제가 선택한 첫 번째 물건입니다. 온라인에서 찾을 수 있는 뉴욕 타임스 영상인데, 갑오징어의 위장camouflage 연구를 하고 있는 로저 한론 박사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1분짜리 영상을 같이 보면 중간에 매우 중요한 장면이 있어서, 제가 이걸 택한 이유를 말할 수 있겠네요.

 

[영상 보기]

https://www.nytimes.com/2008/02/19/science/19camo.html?_r=1&orcf=slogin

 

S: 위장 뒤에 숨겨진 미스터리를 조사하려는 이 과학자를 보았을 때, 저는 작은 갑오징어 밖에 있는, 더 큰 동물인 과학자의 이미지에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는 오직 밖에서만 관찰할 수 있죠. 다른 많은 과학 연구와 마찬가지로 그의 연구는 다양한 장비를 이용해 외부에서 안으로 물체를 꿰뚫어보려고 합니다.

 

이 갑오징어가 주변 환경을 재현하는 방식은 흥미롭습니다. 오징어 안에는 일종의 체내 원리가 있겠지만, 과학자는 올바른 방법으로 들어갈 수 없어 보입니다. 아마도 이미 잘못된 방향으로 들어갔기 때문이겠죠. 종종 한가지 길도 보는 방향에 따라 다르게 보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하늘을 올려다 볼 때와 지구를 내려다볼 때 다른 경관을 마주하는 것처럼요.

 

이 영상을 처음 봤을 때, 저는 막 뉴욕에 살기 시작했고 사람들의 패션을 유심히 살폈습니다. 단순히 하이패션을 의미하는 건 아니었어요. 뉴욕은 인구밀도가 매우 높기 때문에 각기 다른 방식과 스타일로 옷을 입은 사람들을 관찰하는 건 즐거웠습니다. 티셔츠와 청바지, 주황색 작업복, 검정 혹은 회색의 정장, 혹은 그 밖의 다른 스타일을요. 그들은 모두 나란히 걷고 있었습니다. 특히 낮에 말이죠. 패션은 또 지역, 환경, 문화, 기후에 따라 달라지기도 하잖아요. 저는 이러한 변화하는 패턴의 원인을 알아내려고 하는, 외부에 존재하는 눈을 상상했습니다. 

 

위장이 성공하려면 패턴이나 색상이 얼룩덜룩해야 합니다. 다양성을 지녀야 하는 거죠. 유행나 반복되는 패턴이 있을 수도 있지만, 여러 부분이 더 잘 동화되기 위해서는, 단일성을 깨트리는 몇몇 다른 색상이 반드시 있어야 합니다.  모두가 똑같은 빨강을 입는다면 그건 ‘진짜’ 같지 않을테니까요.

 

저는 어떻게 패션이 스스로의 체계와 작동 원리를 가지고 있는지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또다른 관점에서 본다면, 패션은 어쩌면 지구를 위장하는 기능을 수행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이렇게 보면 패션이 수행하는 기능은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와 외부에서 볼 때 차이가 생기게 되죠.

 

제가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가 되시나요?

 

J: 이해합니다. 하지만 그건 정확히 위장은 아닙니다. 갑오징어는 패션이라기보다 숨기 위해 환경에 적응하는 거잖아요. 패션은 대부분 눈에 띄기 위함이지 숨으려는 건 아니니까요.

 

S: 아, 갑오징어가 스스로 위장하기로 결정했다는 말이 아니라, 위장이라는 행위가 갑오징어의 세포 안에서 일어나는 미스터리라는 뜻이었어요. 예를 들어, 위장의 화학적 작용은 어쩌면 갑오징어의 뇌 중추와 아무런 관련이 없을 수도 있습니다. 이 종species이 왜 이런 일을 하는지와 이런 일이 어떻게 과학적으로 일어나는지, 그 사이에는 서로 다른 논리가 개입되는 거죠. 마찬가지로 우리가 패션을 어떻게 활용하는가에 대한 답은 외적인 논리로 추론될 수 없습니다.

 

눈에 띄기 위한 패션이라기 보단… 제가 이 검정 힙합 티셔츠를 입은 데는 어떤 이유가 있겠지만, 만약 당신이 상공에서 내려다본다면 저는 검은 옷을 입은 다른 사람들 중 한 명이 되겠죠. 이 옷을 입은 저의 개인적인 이유는 제가 이 옷을 입은 이유에 관한 거시적인 관점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겁니다. 

 

한론 박사는 갑오징어와 다른 종이고, 항상 외부에 있죠. 갑오징어의 세포들 역시 환경에 동화되려한다고 상상하긴 어렵습니다. 두 세계 사이에는 비약이 존재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론 박사는 그의 연구를 위해 이런 비약을 감수했을 것이고 저는 여기에 관심이 갔습니다.

 

J: 다른 영화감독이 생각나네요. 바다 속 해마에 관한 영화를 만든 그 감독이 누구였죠?

 

S: 장 파인레브Jean Painlevé입니다.

 

J: (위장이 아니라 움직임에 대한 영화지만) 파인레브의 영화가 떠오르는데요. 왜냐하면, 문어가 몇몇 수중 생물과  비슷한 방식으로 움직이기 때문입니다. 바다 속은 정말 흥미로운 장소예요. 사실, 다음 가을 학기에 심해 고고학Deep Sea Archaeology이라는 강의를 하려 합니다. 

 

S: 정말요?

 

J:  , 하지만 저도 그 주제에 대해 전혀 아는 바가 없어서 학생들도 준비를 해야할 겁니다. 일단은 파인레브의 영화로 시작해보려고 합니다. 그리고 〈해저 2만리〉나, 어쩌면 〈모비딕〉 같은 영화를 다뤄볼 수도 있겠네요. 어떻게 될지는 모르지만 이거야말로 제가 흥미로워하는 지점입니다.

 

S: 『과학은 소설이다Science is Fiction』이라는 장 파인레브에 대한 책이 있는 거 아시죠?

 

J: 네, 가지고 있어요. 도서와 DVD도요. 그리고 제가 매사추세츠 공과 대학에 있다보니 해양 생물학자 같은 사람들에게 물어보는 것도 재밌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들은 저와 완전히 다른 이유로 연구하지만 다른 종을 바라보고 그들을 정의한다는 점에서는 어느정도 비슷합니다. 그러니까 파인레브가 수중 생물의 움직임과 춤이 어떤 관련이 있는지를 다룬다면, 당신은 위장과 패션을 다루는 거죠. 책을 같이 살펴 볼 수도 있겠네요.

 

 

사물 2

바다 속에 피는 꽃Ocean Flowers

B

 

J: 음, 바다에서 시작하는 게 흥미롭네요. 이건 『바다 속에 피는 꽃』라는 도서입니다. 몇 년 전 뉴욕 드로잉센터The Drawing Center에서 열린, 심해의 동식물을 재현하는 초기 작품을 선보인 전시의 도록이죠. 책은 바다의 식물, 그러니까 이러한 형태의 생명체들이 드로잉, 프린트, 포토그램을 통해 어떻게 기록되고 재현되었는지 보여줍니다.

 

제가 영감을 얻기 위해 찾아보는 책인데 드로잉이 정말 아름다워서 가져와봤습니다. 제가 그리는 걸 좋아하기도 하고요. 가끔 따라 그리기도 하거든요.

 

우리가 보지 않았기 때문에 거의 생각해보지 않은 영역이죠.

 

 

두 번째 대화: 방과 신경계

사물 3

우리 집 도면

C

 

S: 제가 가져온 두 번째 이미지입니다. 저희 집 도면이에요.

 

오늘 아침에 그렸습니다. 저는 집에서 살고 또 일하기 때문에 이곳에서 많은 시간을 보냅니다. 이러한 가구의 배치와 방을 정리하는 방식은 제가 특정한 습관이나 현상에 분배하는 시간 혹은 중요도와 관련이 있어요. 침대, 부엌이나 창문의 크기에서 볼 수 있듯이요. 마찬가지로 공간 배치는 결국 제 심적 태도에 영향을 미칩니다.

 

저는 뉴욕의 역사에 대해, 그리고 부동산 개발업자들이 이 도시의 아파트에 파이프를 도입했던 그 놀라운 순간에 대해 읽었습니다. 그로부터 도시 풍경 속 밀폐된 공간에 자연이 되살아났습니다. 그리고 물의 이러한 중요성은 대부분의 현대 도시 가정의 싱크대에 새겨져 있습니다.

 

여기서 흥미로운 아이디어는, 한때 집이 제 마음이라는 생각이었고, 그래서 저는 제 마음 안에 살고 있으며 물리적으로 이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는 거예요. 만약 무언가가 아파트에 더해지면 그건 제 마음 속에서도 중요해집니다. 마음은 추상적인 공간이라 닿을 수 없지만, 이러한 비약으로 갑자기 만질 수 있는 무언가가 되는 거죠.

 

집 안에서 걸어다니는 경로를 그리기 시작했는데, 그것이 세포 안의 흐름, 유동성, 혹은 순환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방은 몸이고 움직임은 신경계인 거죠.

 

J: 사람들이 집 안에서 특정한 행위를 하는 공간이 있다는 사실이 흥미로워요. 저는 저기 코너가 마음에 듭니다. 저 드로잉 테이블이 방의 다른 곳에 있는 걸 상상도 할 수 없습니다. 저는 실제로 저기 벽을 마주본 곳에 테이블을 두고는 했습니다. 벽에 등을 기댈 수 있으면 좋을 것 같고 빛이 들어오는 창가를 선호합니다. 이제는 테이블을 저쪽에 두는 게 이해가 되요. 그래서 집 안에서 특정 시간에는 다른 용도로 기능하는 공간을 가질 수 있는 거죠.

 

D

 

J: 이건 드로잉인가요, 다이어그램인가요?

 

S: (잠시 침묵) 다이어그램처럼 보일 수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제 생각의 흔적에 가깝습니다. 그건 왜 물어보시나요?

 

J: 당신이 이걸 무엇으로 생각하는지 알고 싶었어요. 다이어그램은 다르게 기능하니까요. 어쩌면 당신은 드로잉을 만들고 싶었을지도 모르겠네요. 제 작업, 즉 퍼포먼스에서, 저는 내용이나 구조와 관련된 그림을 그려야 하는 이유를 만들어내곤 합니다. 예를 들어, 무대 장치의 일부로 그린 개의 머리 드로잉이 일종의 아이콘이라면, 퍼포먼스를 할 때 그린 드로잉은 촬영 후 영사되어 정보로 기능하고, 관객을 위해 과정을 드러내는 클로즈업입니다. 또한, 그 드로잉들은 움직임과의 관계 안에서 만들어지지요.

 

S: 네, 저도 비슷한 과정을 거칩니다. 두아르도 카다바Eduardo Cadava와도 이야기를 나눴는데, 우리는 유형성의 문제 같은, 디지털 매체와 이를 둘러싼 논쟁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그것이 이미지, 혹은 당신 밖에 있는 무언가가 당신을 통해 들어오는 속도와 큰 연관이 있다는 점에 동의했습니다. 다른 매체와 마찬가지로 디지털과 관련된 물리적 성질과 처리과정이 있지만, 디지털 미디어가 처리하는 속도에 비해 우리의 지각 속도가 느리기 때문에 전체 과정을 보기 위해서는 또 다른 도구가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당신의 퍼포먼스와 유사하게 저는 사람들이 돌아다니는 걸 볼 때 제가 드로잉 안에 있다고 느낍니다. 완결되지 않은 매체 안에 제가 있는 거죠.

 

그래서 이런 식으로 당신이 집 안을 거닐 때, 이건 단지 요리하거나 자거나 씻는 등의 다양한 행동을 하기 위한 경로이지만 또 다른 구조에서 보면 그건 마치 드로잉 같은 패턴을 묘사하는 거죠.

 

J: 맞아요. 쇼핑센터나 디즈니월드를 짓는 사람들은 그런 동선의 패턴을 연구하죠. 사람들은 패턴을 따라 움직입니다. 몇 년 동안 저는 일본에서 발견한, 노 극장Noh Theater의 보행 패턴에 관한 책을 가지고 있는데요. 아름다운 드로잉이 담겨있습니다.

 

지난주 프랑크푸르트에서 비행기가 이륙하지 못했을 때, 저는 어떻게 사람들이 활주로 저편의 누군가를 보고 이끌린 것처럼 일어나 그곳으로 향하는지 지켜보았습니다. 그들이 그렇게 할 이유가 전혀 없었지만 다른 사람들을 따라갔던 거죠. 사실, 그건 굉장히 이상했습니다. 그리고 그 걸음의 일부는 나그네쥐를 닮았습니다.

 

S: 나그네쥐요?

 

J: 나그네쥐요. 이 동물은 노르웨이나 그 비슷한 지역에서 이끌리듯 바다로 걸어 들어갑니다. 그들은… ‘피리 부는 사나이’ 아시죠? 그 이야기처럼 맹목적으로 따라갈 겁니다. 혹은 마치 미리 그려진, 한 장소에서 다른 장소로 가야 하는 패턴과 같습니다. 당신이 해야 하는 특정한 작업과 장소가 있는 것처럼요.

 

S: 어제 누군가에게서 들은 이야기인데, 베르너 헤어조크Werner Herzog감독은 신작 〈세상 끝과의 조우Encounters at the End of the World〉에서 펭귄이 어떤 이유에선지 가끔 길을 잃고 산으로 향하는 모습을 담았다고 합니다. 산에서 결국 굶어 죽을 텐데요. 그리고 그런 일이 펭귄에게 벌어지면, 설사 당신이 그 펭귄을 올바른 방향으로 돌려놓아도 펭귄은 다시 뒤를 돌아 잘못된 방향으로 가게 됩니다.

 

J: 정말요? 그거 슬픈 일이네요.

 

KakaoTalk_Photo_2022-10-20-09-34-44

 

 

사물 4

신경계

 

S: 당신이 가져온 다른 물건을 고르시겠어요?

 

J: 아뇨, 이블에서 당신이 마음에 드는 물건을 고르시면 돼요. 궁금한 걸로.

 

S: 이건 당신이 선택한 물건 하나인가요?

 

J:  네, 마이클 타우시그Michael Taussig의 『신경계The Nervous System』라는 책인데, 제가 요즘 읽고 있어요. 그는 남아메리카에 대해 글을 쓰는 인류학자로, 저는 그의 글을 굉장히 좋아합니다. 그는 인류학을 매우 개인적인 방식으로 서술하는데, 이 책에서는 신경계를 다루고 있습니다. 인간의 신경계가 아니라 한 체계로서의 신경계에 대해서요. 어찌됐든 저는 그가 서두를 여는 발터 벤야민Walter Benjamin의 인용구가 마음에 듭니다.

 

억압된 이들의 전통은 우리가 그 속에서 살고 있는 비상사태가 상례라는 것을 가르쳐준다.

 

이것은 또한 우리가 살고있는 시대에 대한 선언이죠.

 

그리고 치유의 이미지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저는 그가 사물에 대해 말하는 방식이 마음에 듭니다. 제가 표시해놓은 인용구를 찾아보면…

 

육안으로 보는 실제는 19세기 광학적 재현 기술이 발명되면서 더이상 지각을 구성하는 요소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렇다, 벤야민이 기꺼이 정신분석학적 무의식과 결부시킨 용어인 광학적 무의식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다소 애매하게 그는 주체와 객체를 쉽게 혼동하였고, 여기서 위태로운 무의식은 지각자보다 대상에 의해 더 많이 야기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F-

 

이건 당신이 가져온 갑오징어 영상과도 약간 관련이 있어요. 왜냐하면 그가 영상 기술에 대해 말하는 방식은 우리에게 더 많은 것을 보게끔 해주기 때문입니다. 망원경이나 다른 모든 발명품이 그러하듯이요. 이것이 바로 우리와 과학이 가진 공통점입니다. 대상을 보는 것, 예술가와 과학자로서 사물을 보는 방식이요. 자, 여기 또 다른 흥미로운 인용구가 있습니다.

 

질병disease과 아픔illness은 두 가지 다른 현실을 나타낸다. 아픔은 문화에 의해 형성되고, 질병은 장기의 기능장애를 나타낸다.

 

그리고 하나 더요.

 

샤머니즘에 대한 유로-아메리칸의 심취는 특히, 샤먼이 그 자체로 때가 되면 원시주의와 여성이 결합된 존재가 되는 기원의 매력 한 가닥을 들춰낸다. 왜냐하면 카타르시스는 서사적 종결뿐만 아니라, 단테의 신곡과 다를 바 없는 서구적 모델의 원점으로 돌아가는 데에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 서사시에서 특출난 기독교 시인은 혼란의 어두운 숲에서 악의 영혼과 놀라운 대치가 일어나는 지옥의 구덩이까지, 이교도인 베르길리우스를 영적 안내자로 삼는다. 이 대치는 자아의 발견을 위한 전제 조건을 설정하지만 최종 막은 한 여인과의 조우로 열린다. 이 영적인 깨달음의 보증인이며 초월적 인물인 베아트리체와의 조우는 서양 문화의 주요 부호 중 한 가지를 물신화한다.

 

흥미로워요. 그냥 무작위로 골라봤는데 말이죠.

 

S: 이건 당신에게는 무엇을 의미하나요?

 

J: 음… 저는 단테를 연구중이라, 단테가 “이교도 길잡이”라고 표현한 인물을 주인공으로 선택했다는 점이 인상적이네요. 이렇게 볼 수도 있겠어요. 그가 베르길리우스를 위대한 시인이라고 여겼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 인물을 선택한 데는 여러 이유가 있는 거죠. 

 

다른 흥미로운 점은 여성이 그를 소위 다른 차원 실로 이끄는 중심 인물이라는 겁니다.

 

S: 이런 책을 읽을 때, 당신 작업과 어떻게 관련이 되나요? 실제로physically 작업을 만드는 방식에 변화를 주나요? 

 

J: 네, 하지만 ‘실제로’요? 그게 어떤 의미죠? 이건 제 관점을 바꾸고 작업에 대한 아이디어를 발전시키는 데 도움을 줍니다. 그래서 특정한 움직임과 제스처를 만들거나 소품을 활용할 때 다른 각도에서 이들이 발전하도록 하죠. 제 해석에 영향을 주거나 다른 원천 또는 방향으로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작업을 형성하는데 있어, 제게는 이런 것이 실제적입니다. 

 

 

세 번째 대화: 노래, 코드, 은신

사물 5

노래

 

S: 그럼, 우리 음악을 들어볼까요?

(이고르 스트라빈스키Igor Stravinsky의 〈결혼Les Noces〉을 듣는다.)

 

J: 이 노래는 제가 그리스에 갔을 때를 떠올리게 하네요. 저는 1960년대에 일 년 정도를 그곳에서 보냈는데, 크레타섬의 어느 산에서 열리는 결혼식에 간 적이 있습니다. 결혼식은 3일 동안 이어졌고, 우리는 건물에서 건물로, 마을에서 마을로 옮겨다녔죠. 신부의 마을에서는 사람들이 첫날밤에 모두 선물을 가져왔습니다. 그 마을은 바다 위 높은 언덕에 있었고, 하객들은 노래를 부르며 자신들의 방문을 알렸어요. 그들이 선물을 가져가고 있다는 것도요. 그리고 마을의 남자들이 답가를 하고, 어떻게 보면 일종의, 매우 즐거운 듀엣이 되었습니다. 저는 많은 영감을 받았어요. 선물을 주고, 노래를 하고, 야외에서 그걸 듣는 경험은 우리에게 친숙한 다른 종류의 의례였습니다. 

 

남서부 지방과 마찬가지로 이러한 의례의 다른 기능은 무언가를 원하거나 바란다는 거예요. 기우제는 농작물을 위해 비를 기원하는 행위로, 누군가가 표현하고 있는 욕구인 거죠. 의례들은 모두 다르지만요…

 

S: 제가 무언가를 원하지 않는다면, 당연히, “나는 이것을 원하지 않는다”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실은 이것을 원한다고 여기도록 “나는 이것을 원하지 않는다”라고 말할 수도 있죠. 이게 발화의 매우 흥미로운 지점인데요, 당신이 텍스트를 특정한 종류의 목소리, 멜로디, 리듬으로 구사할 때 그 말은 수행적입니다. 두 가지 다른 의미를 가질 수 있는 거죠. 그 내용은 음색, 선율, 그리고 다른 음악적 요소와 상응하며 메시지가 됩니다.

 

J: 소리, 곡조, 예를 들어 선율이 무언가를 암시하고, 단어는 또 다른 걸 암시한다는 말인가요?

 

S: 글쎄요. 저는 그러한 현상 혹은 사실에 영감을 받습니다. 당신이 무엇인가를 말하지만 그렇게 말할 때 진심으로 그런 의도일 필요는 없다는 사실에요. 당신은 정보를 줄 수 있지만 이건 단지 위장에 불과하죠. 어떤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다를 수 있습니다.

 

J: 암호처럼요? 일종의 암호 같은?

 

S: 글쎄요.

 

 

사물 6

가면

G

 

J: 자, 가면입니다. 저는 가면을 수집하는데요, 그래서 벽에 있는 제 작은 컬렉션에서 무작위로 이 가면을 골랐습니다. 이건 제 침실 벽에 걸려 있는 건데, 한 15년 전에 이 근방에서 구입했습니다. 코스타리카나 엘 살바도르 같은 남미 국가에서 온 것 같아요. 저는 제가 수집하는 가면 대부분에 대해, 원래 어떤 용도였는지 전혀 아는 바가 없습니다. 때때로 사람들은 제게 가면을 줍니다. 그리고 이 가면은 관광객을 위해 만들어진 것 같진 않아요. 제가 멕시코에서 막 구입한 많은 가면들처럼요. 그들 중 몇몇은 관광객을 위해, 나머지는 춤이나 특별한 의식을 위해 만들어졌죠.

 

서로 다른 기능을 가진다는 점에서 저는 가면이 흥미롭습니다. 우선, 가면은 당신의 개성과 얼굴을 숨깁니다. 그리고 개나 다른 사람이 되는 일종의 역할극을 제안합니다. 가면은 당신의 행동에 영향을 주죠.

 

제가 보기에 이 가면은 훌륭한 얼굴을 가졌고, 저는 그걸 그려보기도 했습니다. 따라 그린 거죠. 가면은 나무로 만들어졌고, 조각된 뒤 색이 더해졌습니다. 가면의 눈은, 실제 개의 눈보다 위쪽에 있죠. (인간의) 눈보다는 아래에 있는 눈이예요. 이건 매우 작아서 아이들을 위한 것 같습니다. 매우 드문 일이긴 한데, 저는 이 가면을 한번도 퍼포먼스에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S: 가면을 왜 그렸는지 궁금해지네요. 왜냐하면 아무것도 없는 대상을 그리는 것과는 다르니까요. 그건 무언가를 보면서 그리는 거잖아요.

 

J: 음, 저는 그리기를 좋아합니다. 사물을 그리거나 모방하는 걸 즐기죠. 저는 퍼포먼스에서 내용이나 이미지와 연관된 온갖 종류의 드로잉을 그립니다. 매체와 관련된 퍼포먼스에서는 초상화를 그리죠. 이미지가 비디오와 같은 매체를 통해 전달되거나, 매체에 의해 어떻게 달라지는지 고민하는 일은 흥미롭습니다. 제가 그리기를 하는 주된 방식 중 하나는 비디오나 거울을 이용하는 겁니다. 그러나 퍼포먼스로 그리는 게 아니라 혼자일 때는 제 물건들을 그립니다. 어떻게 보면, 드로잉은 일종의 작업이죠. 이건 작업이예요.

 

S: 프리드리히 키틀러Friedrich Kittler의 책, 『축음기, 영화, 타자기Gramophone, Film, Typewriter』를 읽어 보셨나요? 천재성이나 우연이 아닌 실제 사물에서 타자기, 영화, 축음기를 발명한 원천을 탐색하는 방식을 떠올리게 하네요. 그래서 당신이 그림을 그리고 사물을 모방하는 모습을 볼 때, 저는 이러한 요소들이 모두 엮인 하나의 이미지가 떠오릅니다. 사물, 당신의 그림, 당신의 움직임이 얼켜있는 이미지를요. 이러한 매개를 통해 사물은 마치 프리즘을 통과한 것처럼 각기 다른 부분으로 나뉘게 되죠.

 

J: 음, 퍼포먼스에서 드로잉은 그린다는 행위이죠. 당신의 행위는 그림의 생김새와 그림이 무엇이 되는지에 영향을 미칩니다. 저는 의식적으로 손에서 팔로, 팔에서 온 몸으로 움직임을 이어갑니다.

 

S: 저는 사물이 본질적으로 행동이나 동작으로 구성될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무언가가 입구의 형태라면 사람들은 거기로 들어가겠죠. 이처럼 어떤 형태는 특정한 움직임을 유도할 수 있어요.

 

 

사물 7

볼라뇨

KakaoTalk_Photo_2022-10-15-13-46-07 

 

S: 이것이 제 마지막 물건입니다. 한번 읽어보겠습니다. 로베르토 볼라뇨Roberto Bolaño의 책 『지구에서의 마지막 밤Last Evenings on Earth』에 나온 내용입니다. 「전화 통화Phone Calls」라는 단편 소설이 있어요. X와 B라고 불리는 연인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X와 B는 오래 전 그들이 어릴 때 연애하고, 이별하고, 나이가 들었습니다. 열정 없이 다시 만난 그들은 또 다시 헤어졌습니다. 여자는 남자가 사는 데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살고 있죠. 남자는 여자와 헤어진 뒤 집으로 돌아가는 기차에서 잠이 듭니다. 이것은 그의 꿈이에요.

 

그가 마침내 잠 들었을 때, 그는 사막에서 걸어가는 눈사람의 꿈을 꾼다. 그 눈사람은 경계를 따라 걸으며, 아마도 재앙으로 치닫는다. 그러나 그는 주도면밀함과 투지에 휩싸여 이 재앙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는다. (그렇다) 그는 얼어붙은 별빛이 사막에 휘몰아치는 밤에 걸어간다.

 

중간에 이야기는 갑자기 살인 미스터리로 바뀝니다. B가 X를 떠났을 때, X가 살해됩니다. 남자는 어떤 일이 일어난 건지 매우 궁금해하며, 여자에게 돌아가기 위해 다시 기차를 타죠. 그리고,

 

 그는 사막과 X의 얼굴이 나오는 꿈을 꾼다. 잠에서 깨기 직전 그는 그 둘은 하나이며 동일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로부터 그가 사막에서 길을 잃었다고 유추하는 것은 아주 간단하다.

 

저는 남자가 자기가 사는 도시와 그녀가 사는 도시 사이를 여행한다는 아이디어가 마음에 듭니다. 그리고 기차에서 그는 사막과 눈사람에 대한 꿈을 꾸고, 이 여자가 두 장소 사이의 온전한 세계임을, 사막 그 자체였음을 깨닫죠. 그리고 남자는 마치 사막에 있는 눈사람 같습니다.

 

J: 그가 녹아내리나요?

 

S: 저도 그렇게 생각했지만, 묘사에서는, 그는 매우 춥다고 얘기했고, 제가 처음에 읽었을 때는…

 

J: 음, 사막도 추울 수 있죠…

 

S: 낮에는 뜨겁겠죠, 그러면 남자는 아마 녹을 테고요…

 

J: 음, 그건…

 

S: …그게 제가 떠올리는 이미지입니다.

 

J: 네, 책에서는 그가 사막을 걸으며 아마도 재앙으로 치닫는다고 했죠. “그는 얼어붙은 별빛이 사막에 휘몰아치는 밤에 걸어간다”고요.

 

S: 그리고 아침이 되면 그는 녹겠죠, 마치 어떤…

 

J: 그럼 당신은 그 둘이 하나이면서 동일하다는 걸 깨닫게 되겠죠, 왜냐하면 남자가 녹아 내렸으니까요. 그리고 이건 구조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겠네요. 

 

S: 남자는 또 이렇게 생각하겠죠. 만약 내가 죽었더라면, X는 다른 방향으로 스페인까지 건너오지 않았겠지. 그리고 나서 그는 생각할 겁니다. 이것이 바로 내가 아직 살아있는 이유라고.

 

그래서 저는 볼라뇨가 창조한 이미지를 좋아합니다. 물리적인 공간과 꿈 속의 공간 사이에서 (더 이상은 아니지만) 사랑에 빠진 이 두 사람이 두 공간을 오가는 이미지를요. 여기에는 볼라뇨가 칠레 망명자라는 배경이 있습니다. 그는 스페인에 살았고, 칠레를 먼 곳에서 바라봐야했습니다. 이 역시 이중의 공간이면서 옛 사랑이죠. 당연히 그도 다중a multiple의 삶을 살았습니다. 다수의 작품multiples을 집필했고요. 이건 또 다른 종류의 위장입니다. 은신, 변신 같은.

 

J: 볼라뇨, 그는 시인이네요.

 

Joan Jonas and Sung Hwan Kim, “Three short conversations on seven different objects,” in Source Book 6: Sung Hwan Kim(Witte de With, Center for Contemporary Art, 2009), 31-46.
정하영
서울과 뉴욕에서 활동하는 큐레이터. 전시와 공간을 기획하며 글을 쓴다. 〈Inanimatefy〉(VSF, 2022), 〈바디랭귀지〉(사가, 2021), 〈양혜규 - O2 & H2O〉(국립현대미술관, 2020) 등 다수의 전시를 기획했으며, 서울에 위치한 현대카드 아트 라이브러리를 구축했다. 「Artforum」, 「Frieze」, 「Financial Times」 등 국내외 매체에 동시대미술 관련 글을 기고하고 있다.